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땅에서 바다로, 바다에서 달로

주말 오후,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이런저런 기사를 넘겨보다가 눈길이 멈춘 제목이 하나 있었다. 조선소가 ’바다 위 데이터센터’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.

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. 배를 만드는 곳에서 컴퓨터 창고를 만든다니. 그런데 기사를 덮고 나니, 올해 초 들었던 또 다른 이야기가 불쑥 떠올랐다. 일론 머스크가 언젠가는 달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했던 이야기.

그 순간 두 이야기가 이상하게 한 줄로 이어졌다.

요즘 나도 일하면서 AI를 부쩍 자주 쓴다. 질문 하나 던지면 금세 답이 돌아오니 편하긴 한데, 그 짧은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수많은 컴퓨터가 뜨겁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.

AI가 똑똑해질수록 전기는 더 필요하고, 열은 더 나고, 그걸 다 담을 땅도 더 필요해진다. 그런데 전기도, 땅도 점점 귀해지고 있다고 한다.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면 반기는 동네도 많지 않다고 하니, 그럴 만도 하다.

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’땅 바깥’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 같다.

첫 번째로 눈을 돌린 곳이 바다다. 바다는 넓고, 큰 도시들은 대개 바닷가에 있고, 뜨거워진 기계를 식히는 데 바닷물만 한 게 또 없다.

바다 위에 거대한 구조물을 띄우고 그 위에 발전기와 냉각 장치를 얹는 일이라면 우리나라 조선소만큼 잘하는 곳도 드물다. 실제로 국내 큰 조선사들이 하나둘 이 일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괜히 반가웠다.

그런데 머스크는 한참 더 멀리 보고 있었다. 지구에서 감당할 수 있는 컴퓨터의 양에는 결국 한계가 있으니, 그 너머는 달에 기지를 짓고, 거기서 AI 위성을 쏘아 올려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.

처음 들었을 땐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웃고 넘겼다. 그런데 오늘 바다 위 데이터센터 기사를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.

어쩌면 바다는 달로 가는 길의 첫 번째 정거장이 아닐까.

생각해 보면 둘은 꽤 닮았다. 사람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있고,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하고, 열을 알아서 식혀야 하고, 고장이 나도 사람이 금방 달려갈 수 없다.

바다 위에서 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 보는 경험이 언젠가 달 위에서, 혹은 그보다 더 먼 곳에서 똑같이 필요해질 것이다. 땅에서 바다로, 바다에서 우주로, 그리고 달로. 데이터센터가 사람의 손을 조금씩 떠나 더 먼 곳으로 가는 긴 여정의 한 장면을 지금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.

잠깐 먼 미래를 상상해 봤다.

항구 근처 바다 위에는 커다란 데이터센터들이 조용히 떠 있고, 그곳에서 다듬어진 기술이 하나둘 우주로 올라간다. 그리고 언젠가 달 표면 어딘가에서도 같은 원리로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돌아가고 있다.

그 첫 단추를 한국의 조선소가 끼웠다고 기록된다면, 그것도 꽤 멋진 일이겠다.

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. 바다만 해도 늘 친절하지 않다. 짠 바닷바람과 태풍은 예민한 기계에게 가혹하고, 바다 생태계에 괜찮을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. 달은 말할 것도 없다. 무엇보다 ’할 수 있다’와 ’실제로 해낸다’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. 지금은 기대가 한참 앞서 있는 때일 것이다.

그래도 나는 이 흐름이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. AI는 멈추지 않을 테고, AI가 먹는 전기와 내뿜는 열도 계속 늘어날 테니까. 사람은 늘 그랬듯, 부족해지면 더 먼 곳을 바라볼 것이다.

한때 ’배만 만드는 산업’이라 불리던 조선업이 달로 가는 길의 징검다리가 되는 날.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.

커피는 어느새 식어 있었다. 바닷물로 식힌 것도, 달에서 식힌 것도 아니지만.

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일기로, 특정 기업이나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.

G.S.KI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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